"잘 지내니?"
"응...!!! 너는?......"
"밥은 먹고 다니고?"
살다보니 대답 처럼 잘 지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대다수가 말하는 평범하게 살기도 쉽지 않다.
살아진다...!!!.
맞다.
그저 살아+진다...
살다+지다.(한국어사전)
*살다:(생물체가)목숨을 이어 가다.
*지다:(무엇에 현상이)나타나 있는 상태로 되다.
어법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표현하자면 그렇다.
눈물이 난다...
50줄에 들어서서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게 한 해를 보내다보니 서글프기도 하다.
산(山)...
갈 때마다 산은 늘 다르게 보였다.
산 속에서 눈에 보이게 움직일 수 없는 것들도 언제나 나를 반겨 주었고,
그 환대(環待)에 가끔은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여름을 거쳐 가을을 지나 겨울에 접어들 때까지 내 눈에 보였던 것들.
내 눈이 보배고 저들은 보물이다.
▲△ 다래(가평)-2016년 6월 28일.
다래열매가 튼실하다.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에도 다래열매는 어김없이 싱싱했다.산행도 하기 전에 주차한 곳에서 이 다래열매를 보고 더위를 잠시 잊었었다.
▲△ 꽃송이버섯(가평)-2016년 7월 8일.
자연산 꽃송이버섯은 여름 장마철을 시작으로 한 달 보름정도 집중적으로 나온다.수령이 오래된 잣나무,일본잎갈나무,소나무등의 나무 밑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꽃송이버섯도 그 식생지역만 알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버섯이다.
▲△ 꽃송이버섯(가평)-2016년 7월 14일.
▲△ 노란느타리버섯(가평) -2016년 7월 20일.
노란느타리버섯은 주로 느릅나무의 고사목에 붙는다.아직 채취해서 맛을 보지 않았기에 맛평가는 할 수 없지만 색감만 봐서는 우선 합격점이다.여름내내 산행 중에 한두 번은 이 노란느타리버섯을 보게 되는데 이렇게 상태가 좋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 싸리버섯(인제).-2016년 7월 28일.
아직 유균상태라서 이 싸리버섯이 어떤 싸리버섯인지는 불분명하다.싸리버섯은 일반적으로는 색깔로 이름을 구분하는데 아마도 더 성장하면 붉은 색감을 갖게 될 듯하다.
어차피 간섭대상은 아니라서 붉은싸리버섯인지 노랑싸리버섯인지 그 구분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나에게는 예쁘면 그만이다.
▲△ 보라싸리버섯(화천)-2016년 8월 6일.
내가 식용으로 생각하는 싸리버섯이다.물론 식용해 본 한두 종류의 싸리버섯이 더 있지만 그 개체수가 많지 않고 보기도 힘들다.그런데 이 보라싸리버섯은 보았다면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한 자리에서 한 배낭도 가능하다.경험에 의하면 유균상태의 보라싸리버섯은 독성이 있어서 충분히 우려내지 않으면 배탈이 나는 것 같다.
▲△ 달걀버섯(가평)-2016년 8월 10일.
색깔이 화려하지만 독성도 없고 맛도 좋은 버섯이다.일반적으로 색감이 화려하기에 독버섯으로 오해하여 먹기를 꺼려하는 버섯이지만 한번 맛을보면 부드러운 식감과 특유의 향미로 매년 먹어보게 된다.
▲△ 붉은싸리버섯(가평)-2016년 8월 17일.
미적 기준으로 볼 때 싸리버섯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붉은싸리버섯이다.싸리버섯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많아서 식용을 거의 하지 않는 버섯 중에 하나다.
장미꽃에는 가시가 있듯이 붉은싸리버섯에는 독성이 있다.
▲△ 노란망태버섯(가평)-2016년 8월 24일.
버섯을 자연의 작품으로 본다면 이 노란망태버섯은 그 작품들 중에서 10위 안에 들 것으로 생각한다.어떻게 이런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습하고 어두운 숲에서 하나의 등불을 보는 듯하다.
▲△ 노란주걱혀버섯(인제)-2016년 8월 28일.
일반적으로 고사목에 붙는 버섯들은 거의 나무의 껍질에서 영양분은 얻는 것 같다.그런데 이 노란주걱혀버섯은 표피가 사라진 고사목의 갈라진 틈사이에서 주로 자란다.
크기도 아주 작은 버섯이라서 주의깊게 찾아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마가목열매(가평)-2016년 9월 4일.
일반적으로 자연산 마가목나무는 고산의 척박하고 경사가 심한 암릉지역에서 주로 관찰된다.그러한 이유로 마가목열매를 보기는 쉽지만 채취하기는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어느 것이나 예외는 있어서 눈높이 정도의 높이에서 어렵지 않게 채취가 가능한 곳이 있다. 바로 너덜겅이다.너덜겅은 가기 힘들지만 가보면 보물창고다.
▲△ 침버섯(인제)-2016년 9월 10일.
향이 아주 좋은 버섯이다.방향제처럼 은은하고 좋은 향이 난다.그 향이 오히려 식용으로써 적합하지 않다는 평이 있고, 향 때문에 데쳐서 찬물에 우려낸 다음 식용한다고 한다. 아직 먹어보지 않고 눈요기만 하는 버섯이지만 언젠가는 시도해 볼 생각이다.
▲△ 노란싸리버섯(인제).-2016년 9월 10일.
▲△ 표고버섯(인제)-2016년 9월 10일.
능이버섯,송이버섯,표고버섯. 늘 가을철이면 사람들은 이 3종류 버섯의 순위를 따진다.비록 순위는 3등인 경우가 많지만 가을철에 나오는 버섯들이 많은데 4위로 밀려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이유는 있다.자연산표고를 맛 본 사람은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안다.
▲△ 까치버섯(인제)-2016년 9월 16일.
색감이 검어서 먹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주로 송이가 자라는 지역의 소나무 참나무 혼합림 아래에서 주로 관찰된다.꽃송이버섯과 색깔만 제외하면 외형도 비슷하지만 꽃송이버섯이 습하고 수분이 잘 유지되는 계곡주변에서 주로 보인다면 이 버섯은 능선주변 바람이 잘 통하고 건조한 송이자리에서 주로 보였다.
▲△ 산호침버섯(인제)-2016년 9월 16일.
노루궁뎅이버섯.수실노루궁뎅이버섯,산호침버섯등은 그 발생시기나 모양도 많이 비슷하고, 먼 곳에서 보아도 눈에 잘 들어와서 눈부터 먼저 즐거워진다.산호침버섯은 노루궁뎅이버섯보다 조금 발생빈도가 적어서 귀하게 보는 버섯 중에 하나다.
▲△싸리버섯 기준종(춘천).-2016년 9월 18일.
싸리버섯의 기준종이다.이 버섯은 독성이 거의 없는 식용이지만 지금까지 내눈에는 보이지 않아서 식용해 본 적이 없고, 그나마 본 것도 이렇게 유균상태라서 올해에도 간섭하지 못했다.버섯은 많고 버섯을 좋아하는 마음은 아직도 식지 않았으니 조만간 맛보게 될 것이다.
▲△ 능이버섯(춘천)-2016년 9월 18일.
올해에는 능이버섯 군락지를 찾아서 많이도 다녔었다.식생지 도상연구와 접근하기 힘든 지형조건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산행지를 선택하고 산행을 했으나 결국은 선객의 뒤만 밟고 온 듯하다.그래도 갈 때마다 내 몫은 있어서 1kg 전후는 늘 보고 온 것 같다.아직도 나만의 자리는 확보하지 못 했다.
▲△ 능이버섯(화천)-2016년 9월 21일.
▲△ 능이버섯(홍천)-2016년 9월 24일.
고도 1,000m 전후에서 본 능이버섯이다. 다른 지역보다 인제홍천지역은 고산지대가 더 많아서 능이버섯이 조금 일찍 나오고, 발생하는 고도도 800-1200m로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서도 나온다.
또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나오는 것들은 크기도 더 크고 육질도 더 굵고 단단한 편이며 향도 아주 강해서 최상품이 많았다.
▲△ 송이버섯(인제)-2016년 9월 25일.
올해는 송이버섯이 풍년이라서 갈 때마다 송이버섯을 많이 보았다.그런데 아쉬운 것은 사진처럼 갓이 덜 핀 1-2등급의 것들은 거의 없었고 거의 갓이 다펴진 3등급들이 대부분이었다. 최상급의 송이버섯을 보려면 버섯자리에 적당한 시기에 도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송이버섯은 1주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다 성장하니 최상급 송이버섯을 보려면 같은 지역에 거의 매일 산에 올라야 한다. 그래도 귀한 송이버섯을 갈 때마다 풍족하게 보았으니 올해는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한 해다.
▲△ 송이버섯(인제)-2016년 9월 25일.
▲△ 개능이버섯(인제)-2016년 9월 29일.
개능이버섯도 2종류가 있는 듯하다.외형상의 구분도 자주 보다보면 할 수 있지만 맛으로 보아서 쓴 것과 쓰지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다.사진속의 개능이버섯은 쓰지 않은 종류로 식생지도 송이자리처럼 소나무 밑이었다.그 크기나 외형이 능이버섯을 많이 닮았다.
▲△ 말굽버섯(인제)-2016년 10월 1일.
식용버섯이 많이 나는 늦가을에는 이렇게 상태좋고 채취가 어렵지 않은 곳에서 보이는 말굽버섯도 그냥 땔감이다.두어 개만 배낭에 담아도 배낭이 무겁고, 다니다보면 배낭에 담을 식용버섯들이 너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결국은 욕심을 부려 채취해도 도중에 다시 꺼내어 버려야하는 경우가 더 많기에 처음부터 간섭하지 않는 게 답이다.
▲△ 땅지만가닥버섯(인제)-2016년 10월 6일.
이 버섯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버섯 중에 하나다.송이가 나오는 능선주변에서 본 것인데 자주 산에 다녀도 실제로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다.
맛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버섯이라고 하는데 아직 먹어보지 않았다.
▲△ 감국(인제)-2016년 10월 6일.
산국이냐 감국이냐? 참 구분하기 어렵다.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면 좋겠지만 야생초들을 더 깊게 공부하다보면 그냥 들국화라고 불러주는 것은 성의 없게 보인다.
인터넷에 올려 놓은 여러사람의 자료들을 가지고 공부하다보면 가끔씩 봐도 모르는 것이 있는데 이것들도 그렇다.결국은 이론을 습득하여도 야생에서 직접 다양한 경험으로 보강하지 않으면 늘 흔들린다.
이래저래서 이 게 감국이다가 아니고 그냥 보면 감국이어야 한다.갈 길이 참 멀다.!!!.
▲△ 흰굴뚝버섯(인제)-2016년 10월 6일.
송이버섯 자리에 송이버섯보다 약간 늦게 나온다.
전체적인 색감이 칙칙해 보여서 맛이 있어 보이지 않지만 육질이 단단해서 씹는 맛이 좋고 약간 쓴맛이 나지만 식용으로써 나쁘지 않다.
▲△ 마가목(화천)-2016년 10월 12일.
마가목은 마치 두 번 꽃이 피는 것 같다.꽃이 지고 이렇게 열매가 빨갛게 달리면 꽃이 핀 것보다 더 아름다워서 그렇다.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간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 분비나무 씨방(화천)-2016년 10월 12일.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이렇게 크게 자라지 못 한 분비나무를 어렵지 않게 내려다 볼 수 있다.종자번식을 위한 분비나무의 씨방도 제 역할을 다 했지만 예술적이다.
▲△ 는쟁이냉이(가평)-2016년 11월 6일.
산행하면서 계곡에 들어서면 거의 1년 내내 볼 수 있는 식물이다.는쟁이냉이는 늦봄에 피는 꽃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이파리도 아름다운 식물이다.
식생지도 주로 습한 계곡의 바위가 많은 지대라서 사진에 담아 놓으면 참 예쁘다.
▲△ 병꽃상황버섯(홍천)-2016년 11월 17일.
뽕상황버섯을 제외하고 나머지 10여종류의 나무에서 나오는 목질진흙버섯들도 상황버섯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그 문제는 뒤로 하고,그 목질진흙버섯들 중에서 나무의 크기도 제일 작고 버섯의 크기도 제일 작은 것이 병꽃진흙버섯(상황버섯)이다.
유균상태 버섯의 일반적인 크기는 10원짜리 동전 만하고 성체의 아주 큰 것들은 큰계란 정도이다.
▲△ 병꽃상황버섯(홍천)-2016년 11월 17일.
유균상태를 막 벗어난 버섯의 형상이다.저렇게 성체가 되기 전에는 갓상단이 짙은 갈색을 보이다가 완전 성체가 되면 상황버섯의 특징인 짙은 검은색으로 변한다.
▲△ 말굽버섯(홍천)-2016년 11월 24일.
말굽버섯은 성장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버섯 중에 하나다.숙주목이 좋다면 1년생이라도 축구공 만큼 커진다.사진 속의 말굽버섯들은 같은 나무에 3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임을 감안할 때 평균 3년 정도의 성장기를 보낸 것들이다.
▲△ 병꽃상황버섯(정선)-2016년 12월 3일.
병꽃상황버섯의 크기는 숙주목의 굵기에 달렸다.고사되어가는 병꽃나무에 아직은 건강한 버섯이 붙었고, 그 버섯에는 다시 이끼가 붙어서 잘 관찰하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렵다.
▲△ 병꽃상황버섯(정선)-2016년 12월 10일.
▲△ 병꽃상황버섯(정선)-2016년 12월 10일.
성체가 된 병꽃상황버섯의 갓하단면은 상황버섯에서만 보이는 특징인 고급스러운 황금색을 볼 수 있다.
▲△ 마가목열매(정선)-2016년 12월 10일.
너덜겅에 가면 이렇게 초겨울에도 마가목열매를 관찰할 수 있다.자연적으로 반건조된 마가목열매가 주위 배경과 잘 어울린다.
▲△ 너덜겅(정선)-2016년 12월 10일.
눈이 내린 너덜겅 풍경은 환상적이다.습한 기운과 찬바람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산행을 많이 하다보면 너무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너무 많은 것들을 보게 되면 화려한 것을 보아도 감동하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 때가 되면 너덜겅을 찾으시라.
너덜겅을 찾아가는 길이 험하고 거칠어도 가서 머물다 보면 어떤 것은 비워지고 어떤 것은 채워져셔 되돌아 올 것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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