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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일기(小小日記)

자연을 담은 담금주...7

2014년 3월 중순 눈이 아직도 많았던 강원도 고산지대 산행 ...

그 하루가 기억에 남았다.

 

이미 내린 눈으로 길 없는 산중엔 또 싸락눈이 하루종일 내렸고,

계곡 깊은 곳은 눈이 허리까지 쌓였었다.

 

계곡에서 몸을 어렵게 움직여 능선으로 올라서는 곳에서 본 황철상황버섯.

하늘은 어둡고 황철상황은 내 눈에 밝았다. 

 

 ▲ 높지 않은 부러진 고사목에 붙은 황철상황버섯들.(3월 13일)

 

 ▲ 많지는 않았지만 힘겹고 험한 산행길에 적당한 기쁨을 주었다.

 

 ▲ 잘 다듬고 잘 말려지는 황철상황버섯들...가운데 이끼낀 검은 것 한 개는 그 날 유일하게 본 병꽃상황버섯이다.(3월 14일) 

다듬기에 정성을 다 하는 것은 상황버섯을 대하는 내 최소한의 예의다. 정성을 다 할 수 없다면 상황버섯은 그냥 눈요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뜻이다. 

 

▲ 25도 소주에 담겨진 황철상황버섯들.(3월 20일)

이 술을 맛 볼 누군가에 대한 배려다. 30도로 담그면 약성이 더 잘 우러난다고 하지만 마시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색이 곱다.

상황버섯이 술에 담그어지면 황금빛의 고급스런 색이 우러난다.

상황버섯에 마음을 빼앗겨 다니다 보니 상황버섯 담금주만 집안에 그 갯수가 늘어난다.

 

저 술을 마시고자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저 술을 담그어 이웃에게 주고자 마음먹은 것도 아니다.

그저 상황버섯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내 손에 닿았으며 정성을 다해 다듬고 술에 잠기게 한 후

눈 앞에 오래두고 첫 만남의 추억을 되새겨 보고 싶을 따름이다.

 

나의 눈앞엔 산행의 기록이 많아짐에 따라서 그만큼 많은 종류의 상황버섯 담금주가 늘어난다.

그 상황버섯들은 술에 담그어 진 순간부터 시간이 색을 만들고 그 색은 날이 갈수록 진해진다.

 

어느날 그 술들은 나의 곁을 떠날 것이다.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고 그 술들이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 그 떠남은 당연하다.

 

내 눈앞에 떠나서 어디로 가든 꼭 기억해 주시길..

나와 상황버섯들과의 첫 만남과 

나의 애정이 담긴 세심한 손길과 

나와 시간을 같이 하며 곱게 변한 황금색 술 빛깔의 고급스런 색감들을...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것들은 대체로 고귀하고 아름답고 현란하지 않은 기품(氣品)이 있고,

그 기품이 있는 것들은 돈으로 얻을 수 없다.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그저 물질적인 형상일 뿐이다"

 

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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