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기(藥草記)

여여산기(如如山記)...67.

우투(utu) 2021. 10. 4. 12:41

 산행지: 강원도 영서 북부지역 

 

2021 가을 단풍 산행... 1.

 

마가목 열매 산행.

 

가을 버섯 시즌이 빠르게 지나갔다.

너무 짧기도 했고 발생량도 현저히 적어서 많이 아쉬웠다.

자연이 하는 일은 예측하기 어렵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지만 조금 이르다.

단풍보다 더 매혹적인 마가자를 보러 다녀왔다.

지난해 해거리를 했는데 올해 마가자는 최고다. 

 

 2021년 10월 3일(일. 음력: 8.27), 시간: 09:33-17:22(7시간 49분), 이동거리(도상): 6.5km, 고도: 508m- 1,188m) 

 

마가목 열매(마가자)

마가목 열매는 해거리를 하며 열리기에 지난해에는 구경도 못 했는데 올해는 대풍이다.

재배도 많이 하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자연산은 고도 1천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가야만 볼 수 있다.

담금주 중에서 맛이 좋기로 유명하며 그중에서 고지대 마가목은 명품 담금주의 소재다.

 

술맛은 자연산이냐 아니냐도 중요하고 척박한 험지에서 나온 것이냐 아니냐도 중요하다.

쉽게 얻어진 재료로는 명품 담금주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찾아간 곳.

험지 중에 험지다.

 

 

산행지 입구 계곡

계곡의 물을 건넌다.

제법 큰 계곡인데 물의 수량이 적어 어렵지 않게 건넜다.

 

말굽버섯

적당한 크기의 말굽버섯 한 개.

올라가면서 혹시나 늦은 능이버섯이나 송이버섯이 보일까 탐색을 해 보지만 보이는 땅 위에 버섯은 하나도 없다.

흔적이라도 보이면 좋은 자리를 확보하는 것인데 조금 아쉽다.

 

아직 이른 단풍 풍경

전반적으로 단풍 시즌은 아직 이르다.

 

노루궁뎅이 버섯


땅 위에 버섯이 없다면 나무에 붙는 노루궁뎅이버섯이라도 찾아보았지만 보이는 게 없다.

오직 본 것은 20여미터 높이에 달린 노루궁뎅이버섯 3개다.

 

그림의 떡이다.

 

노루궁뎅이버섯 3개
만병초

1천미터를 올라서면서 고지대 지표식물인 만병초가 반긴다.

지난여름 보았던 만병초 꽃이 생각난다.

 

곰취

찾는 능이버섯은 흔적도 없고 맛이 쓴 곰취만 덩그러니 보였다.

 

마가목 나무(고도:1,051m)

드디어 붉게 물든 마가목 열매가 달린 마가목 나무를 만났다.

올해는 워낙 마가목 열매가 풍성하고 건강하게 열려 한 나무에서 채취해도 담금주 양으로 충분하다.

 

마가자의 유혹

고지대 마가목이었지만 열매가 크고 건강했다.

오늘 원했던 마가자는 바로 이것이다.

암릉지대에 있기에 가지를 잡아당기면 어렵지 않게 채취가 가능해서 더없이 좋았다.

좋은 품질의 마가목이 좋은 담금주를 만든다.

 

단풍과 마가자
단풍과 마가자
산행지 풍경
올라온 지능선 풍경

바로 앞의 작은 암봉이 오름길 장애물이었고 우회해야만 통과가 가능했다.

 

최고의 너덜겅
마가목 열매

너덜겅으로 향하려 했던 계획을 수정했다.

원했던 마가자를 배낭에 채웠으니 너덜겅으로 가려는 열정이 급격히 스러졌다.

10월에 두어 번 더 단풍산행을 할 생각이니 한 번의 산행에 큰 욕심도 없다.

 

하산길

방향만 잡으면 그곳이 하산길이다.

인적이 거의 없고 특별히 버섯 산행지로 적합하지도 않아 보이며

또한 험지라서 딱히 길은 없는 것 같다.

 

하산 시 수시로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지 않으면 계곡으로 내려서며 고생을 많이 하게 된다.

조금 불편하지만 이런 지역이 좋다.

 

지계곡 풍경

올해는 단풍이 조금 늦은 것 같다.

계곡은 가을 풍경보다는 여름 풍경 가깝다.

 

건조 2일차(10월 5일)

당일 집에 도착하자마자 쭉정이 등 상태가 나쁜 알맹이는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서 건조를 시작했다.

명품 담금주는 좋은 재료를 채취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져온 재료를 잘 손질하고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건조 8일차(10월 11일)

관상용 담금주가 필요하면 마가자를 채취 후 바로 술에 담가 눈요기하는 것이 좋지만

좋은 담금주가 필요하면 이렇게 적당하게 건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건조 8일차(10월 11일)

건조 시작 1주일이 지나니 수분이 빠져 열매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은 담금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건조가 필요하고 또 담가 놓은 후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건조 14일차(10월 17일)
건조 14일차(10월 17일)
건조 14일차(10월 17일)

열매를 건조하기 시작하여 2주 후 담금 한 마가목 열매 담금주.

 

이제 담금주가 완성될 때까지 잊고 지낼 시간만 남았다.

관상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니 모양이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러나 최고 품질과 적당히 마른 열매로 담금 한 것이기에 명품주가 될 것이 확실하다.

 

결국 10리터의 담금주가 늘어났다.

술을 만드는 것도 병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