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산기(如如山記)...52.
◀산행지: 강원도 영서지역▶
2021 봄나물 계곡 산행... 4.
고도가 높고 습한 북(서) 사면 최고의 비경을 볼 수 있는 적기다.
땅 위에는 온갖 야생초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나물 산행으로는 조금 이른 시기였지만 풍경은 최고였다.
황사가 심했다.
바람도 몹시 불었다.
한 자리 차지하고 먹은 쌈밥은 추억이 될 만했다.
◆ 2021년 5월 8일(토. 음력: 3.27 ), 시간: 07:45-16:20(8시간 34분), 이동거리(도상): 8.9km, 고도: 521m-1,254m) ◆
평균고도 1,100m 이상 지역의 참당귀 순이다.
더 어릴 때 참당귀 순을 채취하면 참당귀를 고사시키지만 이 정도 자랐을 때 칼로 어린 순만 채취하면 개체수를 보전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단위 군락을 이루었던 참당귀 자생지에 개체수가 매년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남획도 문제이지만 채취의 방식이 더 문제로 보인다.
최선의 방식은 비간섭이지만 차선의 방식은 참당귀에 대한 예의를 다하는 것이다.
치성터로 가는길.
짧은 오솔길이지만 볼 게 많은 구간이라서 이것저것 간섭하다 보면 산행길이 소풍길이 된다.
산괴불주머니가 군락을 이루고 꽃을 피우면 유채꽃밭처럼 주변이 환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고산 진드기가 옷에 붙는다.
중간중간에 확인하고 떼어 내는 게 최선이지만 워낙 작은 놈들이라서 쉽지가 않다.
본격적인 산행은 여기서부터이다.
지난 번은 우측 계곡으로 진입했지만 이번에는 1,200m 전후의 주능선 너머가 탐색지역이라서 여기서 바로 능선으로 붙는다.
산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멧돼지 은신처를 간혹 보게 되는데 거의 산죽 밭이 대분분이었다.
주능선에 도착하니 반가운 꽃이 맞아 준다.
고도 1,133m.
노랑무늬붓꽃은 능선상의 볕이 잘 드는 고도가 다소 높은 곳이 자생지이다.
역시 박새가 대세인 숲이 생명력 있게 펼쳐진다.
병품쌈은 아직 어리다.
곰취도 대체로 아직 어리다.
너무 어리면 쓴 맛이 강한데 따 맛을 보니 크기는 작아도 향과 맛이 좋았다.
주능선 주변에 이러한 고지대 물길 시작점이 수없이 많다.
이런 물길 시작점에서 출발한 물길들이 모여서 주계곡이 형성된다.
물길 시작점에는 다양한 친수성 식물들이 자생하는데 대표적인 식물이 동의나물, 참당귀, 는쟁이냉이이다.
능쟁이냉이는 초봄 물김치로 어린것을 주로 쓰는데 꽃대가 막 올라 온 이 정도 크기는 채취도 쉽고 매운맛도 덜해서 쌈용으로 나쁘지 않다.
배가 고파서 그냥 자리를 폈다.
더 위로 올라가면 풍경 좋은 작은 개울가가 있었는데 아무 데나 펴면 밥상이 되니 그리했다.
주변에는 참당귀, 모데미풀 등 눈 앞이 꽃밭이다.
숲 속에 앉아 밥을 먹으니 들리지 않았던 새소리가 들렸다.
맛이 독특하다.
는쟁이냉이는 쌈밥으로 먹을 경우 조금 매워서 적당량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뒷 맛으로 겨자의 매운맛이 느껴진다.
이런 원시적인 풍경이 좋다.
딱 이맘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조금만 숲이 더 우거지면 진입하기도 어렵고 분위기도 별로이다.
산행을 소풍으로 만드는 풍경이다.
채취하기에 적당한 참당귀다.
이렇게 새 순을 내밀고 있는 참당귀의 순 중에서 가장 늦게 나온 연한 순을 칼로 잘라내며 채취한다.
보고만 있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참당귀, 동의나물 등 친수성 식물들이 물가에서 자리를 잡고 공존하고 있다.
자주 보게 되면 어렵지 않게 구별해 낼 수 있으나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문제이다.
동의나물은 친수성 식물이라서 물가에 주로 자생하지만 곰취는 능선 주변에서부터 이렇게 물가 주변에까지 두루 자생한다.
사진 상 위에 크게 보이는 이파리가 곰취이고 아래 꽃이 있는 이파리가 동의나물이다.
백작약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맘쯤이 백작약이 많이 보이는 시점인데 늦게 올라오는 것인지 개체수가 줄은 것인지 모르겠다.
백작약이 여기저기 꽃을 피우면 마음이 설렌다.
풀들이 강한 바람에 누웠다.
하산길은 편한 길로 정했는데 막상 내려서니 만만치 않았다.
소풍처럼 거닐었던 산행이었다.
습한 물길 시작점 주변을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는 식물들을 간섭하는 즐거움은 해 본 사람 만이 안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결코 구현해 내지 못하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정신적인 정화의 기능이 있다.
이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간은 짧다.
짧은 봄 풍경을 그냥 보내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자주 다닌다.
봄은 내년에도 다시 오지만 올해의 봄은 지나면 끝이다.
매주 산에 드는 이유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