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산기(初行山記)... 2.
◀산행지: 경기도 양평 백운봉▶
미답지(未踏地)로 떠난 여행 두 번째.
처음부터 가고자 했던 곳은 아니었다.
북설악 미시령 어느 능선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당일 실시간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중산행도 나쁘지 않지만 거지의 신세는 면해야 했다.
도상으로 연구하고 찾아 간 곳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용문까지 가게 되었고 그저 올라갔다.
백운봉.
양평의 보석이다.
백운봉에 올라서 내려다 보면 가진 게 없어도 다 가진 것 같다.
◆ 일자: 2020년 8월 31일(월), 시간: 10:37 -16:50( 06:13분 ), 이동거리(도상): * . *km, 고도: 269m - 940m ◆
백운봉은 야영에 관심을 두면서 눈여겨 본 산봉우리이다.
서울에 가까운 거리에 있고 산정에서 보면 전망이 좋아서 야영객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하다.
용문산으로 주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더불어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급하게 정해서 간 곳이라도 편하게 갈 수는 없다.
인적이 드물 것 같은 지능선으로 해서 백운봉으로 올라갔다.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고 땅은 습으로 가득했다.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다 버섯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자주 버섯산행을 하다 보면 버섯이 나오는 분위기를 알게 되고 그런자리는 눈여겨 본다.
보이는 버섯들이 거의 없다.
꾀꼬리버섯과 오이꽃버섯이 다른 종류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같은 버섯의 다른 이름이다.
올해는 눈에 많이 보이는 버섯 중에 하나다.
작아서 채취와 손질이 어렵기는 하지만 맛은 좋은 편이다.
두리번거리며 찾아 보지만 이게 전부다.
그리 좋아하는 버섯도 아니고 달랑 한 개면 간섭 불가다.
올해는 강수량이 풍부해서 여름버섯부터 많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개인적인 평가로는 폭망이다.
너무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서 땅속 균사가 다 썩었을 가능성이 높다.
숲의 분위기나 땅의 습도 등은 좋은데 문제는 보이는 버섯이 거의 없다.
얼마 후에 볼 수 있는 능이버섯이나 송이버섯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짐작하기 어려운 습도와 더위로 산정에 도착하기 전에 맥주를 꺼냈다.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 옷의 기능을 상실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무더위로 지친 것인지 지능선 중간 이상부터는 쉬고 또 쉬면서 올라갔다.
중간중간 숨쉬기 조차 힘이 들었다.
지난달 소나무 밑에서 나오는 작은 꾀꼬리버섯은 맛을 보았는데
이 활엽수 아래에서 나오는 다소 큰 꾀꼬리버섯은 아직 맛을 보지 못 했다.
크기가 상대적은 큰 버섯이라서 채취하기는 좋겠지만 문제는 발생량이 적어서 이번에는 가져오지 않았다.
잦은 비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가뭄에도 그런 것인지 수량이 많다.
양평이 내려다 보인다.
2인용 텐트를 적당하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소 큰 나무데크도 우측에 한 개 더 있다.
좋은 장소에서 시원한 바람.
덕분에 이 자리에서 20여분 낮잠을 짧게 잤다.
하산하면서 뒤돌아 본 백운봉이다.
다시 찾아 온다면 야영장비를 챙겨서 하룻밤을 보낼 것이다.
양평 야경을 보면서 보내는 하루밤은 언제가 될까?
나이가 들수록 무거운 짐을 지고 산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사라져 간다.
대세의 흐름이 꺽인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