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無心閑)산행...41.
윤회(輪廻)
육도윤회(六道輪廻)...
생명이 있는 것은 여섯 가지의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한다.
오직 깨달음을 얻은 자만이 열반에 들어 이 윤회에서 벗어난다.
윤회를 믿고 안 믿고는 신(神)에 대한 믿음처럼 각자의 생각에 달려있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가끔은 믿고 싶어진다.
그리고...
*2015년 3월 14일(토).07:47-16:36'(8시간 49분),이동거리:12.1km,출발지고도:693m-최고고도:1,340m,강원도홍천군.검둥이와 함께.
▲고도:724m(08:25')
오랜만에 찾아 간 골 깊은 오지다.개울가에는 쌓인 눈이 아직도 봄이 아닌 겨울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 사진에서는 들리지 않지만 눈 밑 얼음속에서 물소리가 작게 들렸다.
▲ 이 곳으로 진입해서 하루의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당초 계획은 계곡을 4km정도 들어가서 능선길로 오르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저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계곡 깊은 곳에 무언가가 나를 이끌었지만 결국 아무 것도 없었다.
▲고도:1,139m(09:59')
나와 하루를 같이 했던 검둥이다.오지 마을 끝 집에 있는 두 마리 중 한마리가 나의 뒤를 따라 붙어서 긴 하루를 같이 했다.
깊은 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면 덩치 큰 나도 겁이 났을 것 처럼 검은 개다.
▲ 내 기억으로는 2013년 겨울에 저 녀석과 또 다른 흰둥이 녀석이 내 뒤를 따라 붙어 하루를 같이 했었다. 그 때 그 두 마리는 아주 어린 새끼였을 때여서 눈이 많은 길에서 고생했었고 개울가를 건널 때는 낑낑거려서 내가 건너게 해주기도 했었다.
▲ 가까이 다가가서 머리는 만져도 경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본 개중에서 가장 똑똑하게 행동했고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 주었다.
▲ 앞 서 간다. 그러다 내가 따라오는지 중간에 서서 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다려주었다.
▲ 산행 중 능선길에서 개가 올라서지 못하는 암릉지역을 통과하고는 옆으로 우회하여 따라 붙기를 바랬다.
그런데 개는 우회로를 생각 못 했는지 그 자리에서 계속 짖고 컹컹 거렸다. 1,000m가 넘어서는 곳에서 서로 갈길을 달리해야 했으나 개는 포기하지 않고 한 참 후 내 소리침에 따라 붙었다.
▲ 3월 중순의 고산지대에는 이런 풍경의 연속이다.
▲고도:1,160m(10:06')
1,000m 전 후 능선에는 겨우살이도 보였다.
▲고도:1,230m(10:16')
맞은 편은 유명한 산들도 어렵게 보였다. 정상에 올라서지 않으면 능선길에서는 저런 풍경이 눈에 거의 안 들어온다.
▲고도:1,324m(10:59')
계곡을 거슬러 올라서 능선에 섰다. 멀리 내가 가려고 계획했던 1,500m급 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보인다.
▲ 이 능선에서 급경사를 하산하여 계획된 곳으로 이동했다.
▲ 하산 중에도 검둥이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 붙었다.
▲고도:1,082m(11:46')
산청목(벌나무)도 가끔씩 보였다.
▲ 능선을 남향으로 내려서 계곡으로 접어드니 봄 냄새가 났다.
▲고도:921m(12:45')
계곡에 완전히 내려서니 얼음이 녹아서 흐르는 물이 보였다.
▲ 검둥이는 여전히 저만치 앞 서 가다가 기다려 주었다.
▲고도:1,247m(13:54')
계곡에서 다시 능선을 올라 섰다. 능선 북쪽에는 아직도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다.
▲ 무뤂까지 쌓인 눈은 갈 길을 더디게 했다.
▲ 방향만 잡으면 갈 길을 앞장선다.나의 마음을 검둥이가 읽는 듯 했다.
▲ 앞장서다가 저렇게 가끔은 편하게 쉬기도 한다.움직임이 사람같다.
윤회하는게 사실이라면 전생(前生)에 저 검둥이와 나는 어떤 인연을 맺었을까? 느낌으로 아는 건 결코 악연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혹시????
깨달음에 이른 자만이 전생을 안다고 했는데 궁금하다.
▲고도:1,172m(14:42')
버섯을 보러 떠났는데 결국 버섯은 구경도 못하고 하산했다.버섯을 보려면 1,300-1,450m정도 올라야 하는데 결국 목적한 곳에 접근하지 못했다.
느낌으로 접어 든 산행의 결과다.그러나,고기잡이 어부의 말처럼 여전히 다음이 있다는 것을 안다.하산 중 본 만병초.
▲고도:951m(15:20')
계곡 하산길...
역시 검둥이가 앞장서고 나는 검둥이 발자국을 보며 하산했다. 간소하게 가져간 점심을 검둥이와 나누어 먹었기에 배가 거지처럼 비었다.
하산 후 주차한 곳에까지 따라와서 차안에 있는 비스켓을 나누어 주었더니 달게 먹고는 내 차 앞바퀴에 다리를 들고 영역표시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다음에도 볼 수 있기를...안녕히.
-END-